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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의 철학
“탈진실의 시대 한복판에서, 여전히 우리가 진실하고 자유로울 수 있다는 믿음을 간직하고 있는 당신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 《법관의 일》 송민경 변호사/전 서울고등법원 판사 “거짓말에 정직하게 맞서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스벤젠은 철학 전통에서 이에 대한 답을 찾으며, 빛나는 사상가들이 남긴 유산에 대해 이해하기 쉽고 빠르게 접근할 수 있게 해 준다.” - 제프리 코스키, 워싱턴&리대학교 종교학 교수 ‘누구나 거짓말한다. 모두가 거짓말을 비난한다.’ 사회심리학 실험에서 사람들이 남에게 하는 말의 25%는 거짓말이다. 상대가 거짓말하는지 아닌지를 제대로 추측할 확률은 54%, 동전 던지기보다 약간 높다. 이래도 당신이 거짓말과 무관하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런데 거짓말이란 무엇이며, 왜 사람들은 심지어 자기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기도 할까? 어떤 경우에는 (하얀 거짓말, 정치인의 거짓말 등) 거짓말이 정당화될 수 있을까? 거짓말의 문제들은 철학적으로도 오랜 숙제였으며 지금도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노르웨이 베르겐대학교 철학 교수 라르스 스벤젠은 진실과 거짓이 뒤섞인 진짜 세상 속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플라톤, 칸트, 한나 아렌트와 같은 철학자의 도움을 받아 거짓말이 인간관계, 정치 및 소셜미디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넓고 깊게 조명한다. 결국 저자의 관심은 (뻔뻔한 거짓말보다) 진실이다. 이 책은 거짓이 현실인 세상에서 도적적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사려 깊은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저자의 위트 있고 명료한 글솜씨를 즐기는 재미는 덤이다.
- 저자
- 라르스 스벤젠
- 출판
- 에이치비 프레스
- 출판일
- 2022.12.22
거짓말의 반대는 진실truth이 아니라 진실성truthfulness이다. … 거짓말과 진실의 차이는 진정성 덕목을 충족하는지에 있고, 트루시니스와 진실을 가르는 것은 정확성 덕목을 충족하는지에 있다.
우리의 고의적 누락이 상황을 우리가 믿는 것과 다르게 제시할 때가 우리가 거짓말의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때다.
스웨덴계 미국인 철학자 시셀라 복의 말처럼, 진실을 말하는 데는 어떠한 정당화도 필요하지 않은 반면 거짓말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거짓말은 남들뿐 아니라 자신도 배신하는 일이다. 나를 본래의 나보다 나쁜 사람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칸트는 거짓말은 자신의 인간존엄성을 말살하는 행위라고까지 말한다.
거짓말은 진실이 통칙일 때만, 다시 말해 사람들이 대체로 진실을 말하는 여건에서만 가능하다.
아는 것이 힘인 세상에서 속은 사람은 힘을 빼앗긴 사람이다. 거짓말은 거짓말을 믿는 사람에게서 거짓말쟁이에게로 권력을 이전한다. 상대가 거짓말로 나를 속이는 데 성공하면, 내 생각은 독자적 현실이 아닌 상대의 의도에 따라 움직이게 된다. 상대의 거짓말은 내게서 행동의 진정한 선택권을 빼앗는다.
하얀 거짓말은 상대의 이익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이 있다. 하얀 거짓말을 할 때 진짜 동기는 타인의 감정을 지켜 주려는 배려가 아니라 진실을 말하는 데 따른 자신의 심적 불편을 피하려는 욕구일 때가 많다.
어쩌면 남들보다 자신에게 진실하기가 더 어렵다. 우리가 ‘자기통찰’이라 부르는 것은 진실보다 트루시니스일 가능성이 크다. 자기기만은 자기 파악의 한 형태로 작동할 때가 많다. 우리는 객관적 판단력에도 불구하고 종종 자신을 과대평가한다.
파스칼은 다음과 같이 썼다. “결점으로 가득한 것은 의심할 여지없는 악이다. 하지만 결점으로 가득한 것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 것이 훨씬 더 심한 악이다. 이는 향후 고의적 자기기만이라는 추가적인 악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신에게 자신에 대한 진실을 말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 자신이 얼마나 나쁜지 인정하는 것은 많은 면에서 자기 파악의 시작이며, 조금씩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기반을 닦는 일이다.
스미스는 고독하게 성장한 사람은 결코 자신을 알지 못하게 된다고 강조한다. 우리에게는 타인의 시선이 필요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도덕적 시선은 역시 자신의 시선이다.
소수의 사람들과 긴밀한 유대를 형성한다는 것은 결국 다수의 사람들과 거리를 둔다는 뜻이다. 내가 대중과 공유하지 않는 이 사적 정체성에 대한 접근을 친구에게는 허용하는 것. 이것이 우정의 핵심이다.
플라톤이 진리를 각별히 강조한 인물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가 정치적 거짓말의 사용을 옹호한 점은 꽤나 흥미롭다. 사실 플라톤이 옹호하는 것은 거짓말 자체보다 거짓말하는 주체인 듯하다. 그는 지혜 있는 사람들은 지혜가 부족한 사람들에게 정당하게 거짓말할 수 있으며 그럴 때가 언제인지도 그들의 판단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신념윤리와 책임윤리는 정반대가 아니라 상호 보완적이다. 베버는 책임 있는 행동을 위해 때로는 신념윤리가 유예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과 참작이 도덕률 적용보다 우선해야 할 때가 정확히 언제인지 말해 줄 수 있는 윤리이론은 세상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베버는 그런 결정을 내릴 때 누군가의 판단이 불가피하게 개입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약한 결과주의는 대개는 원칙적 신념윤리에 따르되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결과가 예상될 때는 결과가 원칙을 우선할 수 있다고 말한다.
유능한 정치인은 손을 더럽히는 것을 피하기 어렵다. 정치 인생을 위해 지불해야 할 대가는 옳은 일을 위해 때로 부도덕한 행동을 불사해야 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베버의 정치인은 도덕성이 자기에게 미치는 구속력을 받아들이지만 그럼에도 더 중한 이유로 도덕성을 저버리기로 선택하는 사람이다.
전통적 거짓말이 논쟁에서 이기거나 특정 사실을 덮기 위해서였다면, 현대의 거짓말은 현실 자체를 대체하기 위한 것이다. ex) 통킹만 사건의 펜타곤 페이퍼
한나 아렌트는 나치수용소가 전체주의 정권이 어떻게 현실을 파괴하는지에 대한 사례라고 말했다. "우리는 그저 독일에서 만들어진 기괴한 정신-물리적 산물일 뿐이다.”
전체주의 정권 같은 독재체제들의 통치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사람들의 정보 결여다. … 전체주의는 사회적 공간을 허물고, 그렇게 함으로써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의 구분도 없앤다. 아렌트는 이것을 ‘집단적 고독organized loneliness’이라 부른다.
자유민주주의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가 공공권의 담론 활성화인데, 민주주의에서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너무 많이 동의하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진실이 없으면 오직 권력만이 옳다.
트럼프를 다른 모든 후보보다 유리한 고지에 세운 것은 그의 솔직함이었다. … 트럼프의 막말이 다른 후보들을 워낙 압도했기 때문인지 그는 오히려 트럼프를 부패의 바다에서 혼자 진실을 말하는 사람으로 보았다.
2016년 옥스퍼드 사전은 ‘탈진실’을 올해의 단어로 선정하면서, 객관적 사실보다 감정과 신념에 대한 호소가 여론 형성에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세태를 일컫는 말로 소개했다. 미국 SF작가 필립 K. 딕은 현실을 우리가 믿기를 멈추어도 사라지지 않는 것으로 정의한다.
진실이 여전히 권위를 가지고 있는 세상, 진실이라고 믿는 것과 진실인 것의 구분이 아직은 유효한 세상은 우리의 확증편향을 바로잡을 교정 렌즈가 아직은 있는 세상이다. 문제는 무엇이 최선의 정치적 결정인지에 대한 양립할 수 없는 가치관이나 양립할 수 없는 견해가 아니다. 문제는 사실 자체에 대한 해결불가한 의견 차이다. 가치관 양극화는 사실 양극화로 이어진다.
한 사람의 가치관은 그가 무엇을 유효한 사실로 인식할지에 영향을 미치고, 그가 사실로 인식한 것들이 다시 그의 가치관을 형성한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들의 대부분은 신념 행위에 기반한다. 다시 말해 우리는 어떤 것들을 믿기로 선택했고, 어떤 것들은 믿지 않기로 선택한 것이다. 우리는 불가피하게 권위자들에게 의존해야 한다. 문제는 어느 권위자들이냐다.
사람들이 시민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서로 기꺼이 믿는 동등한 구성원들”이 필요하다. … 진실성은 문명의 전제 조건이다. 진실에 대한 존중 없이는 우리가 더 이상 서로를 믿을 이유가 없고, 서로를 믿지 못하면 문명은 붕괴한다.
게오르크 지멜은 사회적 관계는 일정량의 은폐와 비밀주의를 필요로 하며, 그 필요량은 관계의 유형에 따라 달라진다고 했다. 그는 거짓말을 이 필요의 원초적 표출로 보았다.
계획적인 속임수와 달리 트루시니스는 정신적 나태에 해당한다. 자신이 진실이라고 믿는 것이 정말로 진실인지 굳이 확인하려 들지 않은 우리의 성향, 이것이 우리의 상호작용을 타고 흘러 다니는 허위의 주요 원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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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시니스 Truthiness
사실 여부의 확인 없이 자기가 믿고 싶은 것을 사실로 인식하는 것
언명하다
말이나 글로써 의사나 태도를 똑똑히 나타내다.
통칙
일반에게 공통으로 적용되는 규칙.
부화뇌동
줏대 없이 남의 의견에 따라 움직임.
자구책
스스로를 구원하기 위한 방책.
개심
잘못된 마음을 바르게 고침.
변위
물체가 위치를 바꿈. 또는 그 물체의 나중 위치와 처음 위치의 차이를 나타내는 벡터양. 크기와 방향을 가진다.
첩보
상대편의 정보나 형편을 몰래 알아내어 보고함. 또는 그런 보고.
지복
더할 수 없는 행복
거두
어떤 조직이나 분야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우두머리
본위
판단이나 행동의 기준으로 삼는 표준
학동
글방에서 글 배우는 아이.
행불행
행복과 불행을 아울러 이르는 말.
비호
편들어서 감싸 주고 보호함.
국가수반 = 국가 원수
위용
위엄찬 모양이나 모습.
상회
어떤 기준보다 웃돎.
정치체
정치적 권위의 행사를 통해 조직된 사회.
신축적
일의 형편에 따라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것.
언로
신하들이 임금에게 말을 올릴 수 있는 길.
자가당착
같은 사람의 말이나 행동이 앞뒤가 서로 맞지 아니하고 모순됨.
체현
사상이나 관념 따위의 정신적인 것을 구체적인 형태나 행동으로 표현하거나 실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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