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불평등」 존 C. 머터
- 저자
- 존 머터
- 출판
- 동녘
- 출판일
- 2020.12.15
전통적으로 자연재해로 묘사되는 사건들과 유사하게, 사회적/경제적 요인들이 누가 죽고 살지를 물리적으로 결정하는 주요인으로 작동한다.
자연재해는 동전의 양면처럼 파인만 경계의 양쪽에 동시에 존재한다. 지진 재난의 원인은 ‘지진’일까 아니면 ‘사람’일까? 답은 ‘둘 다’다. 자연재해는 자연과 인간의 본성이 강력한 압박 속에서 결합하면서 발생한다.
전 세계적으로 재난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들보다 사회적 진보를 이루기 훨씬 더 어려울 것이 틀림없다. 경제적 자원을 교육, 보건 체계, 법 제도와 같은 사회 진보에 필요한 기관과 구조를 만드는 데 쓰지 못하고 피해 복구에만 계속 쏟아 부어야 하기 때문이다.
… 다만 재난을 겪은 후 국면3에서 사회를 재건하는 데 실패하면 또 다른 재난을 겪을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에 주목하자는 거다.
두 번째 국면은 사건 그 자체다. 언론은 초기 단계에서는 엄청난 재난의 현장을 조명한다. 하지만 같은 장면을 반복하여 사람들의 흥미를 떨어지게 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끔찍한 사고가 발생한 사례나 반사회적 행동이 일어난 상황을 고발한다. 연방재난관리청이나 지방 경찰, 공무원, 독재자 등 기관의 대응 실패를 조명하는 쪽으로 관심을 돌리기도 한다. 특정한 사건은 언론을 통해 비로소 재난으로 선언되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고 자산을 망가뜨린 재난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이 가장 적나라하게 중계되는 시기가 바로 이 두 번째 국면이다.
그는 핵물리학자의 역할과 핵폭탄의 역할 사이에 (서론에서 파인만 경계라고 칭한 바 있는) 매우 선명한 선을 긋길 원했다. 또한 과학자는 명예로운 고립 속에서 원하는 모든 일을 할 수 있어야 하며, 그에 대해서는 어떠한 부정적인 결과가 나오더라도 비난받을 책임이 없다는 말을 진심으로 하고 싶어 했다. 파인만은 사회 문제는 물리적 원칙을 적용할 수도 없고 공식에 대입해 풀 수도 없기 때문에 보통의 과학적 과제에 비해 풀기가 훨씬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날 대부분의 심각한 문제들은 모두 물리적 세계와 사회적 세계의 접점에 놓여 있다. 파인만 경계의 어느 한 쪽이 아니라 바로 그 위, 경계선상에 위치해 있는 것이다.
... 재난의 현장만을 들여다보아서는 결코 발견할 수 없는 진실을 ‘파인만 경계’, 즉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의 경계 위에서 마주한 결과물이라는 의미다.
자연재해에 대해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재난은 목숨을(때로는 비극적일 만큼 엄청난 목숨을) 앗아가는데, 가난한 지역에서는 그 수가 더 커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사망자 수를 정확히 집계해 내기가 생각보다 상당히 어렵다는 것이다. 어떤 집계치도 확신할 수가 없으며, 당연하게도 가난한 지역에서는 집계가 더욱 어렵다.
재난 사망자 수는 언제나 매우 정치적인 사안이다.
부끄러울 정도로 큰 사망자 수를 공개하기 불편해하는 것은 독재 국가나 폐쇄적인 정부만의 특성은 아니다. ... 정부는 정치적인 이유로 재난 사망자 수를 줄일 뿐만 아니라, (입증하기는 어렵지만) 거꾸로 부풀리기도 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 2010년 지진 당시 아이티 정부가 사망자 수를 엄청나게 부풀린 것으로 짐작되긴 했지만, 비정부기구 대부분은 그 숫자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지식을 가진 사람은 그 안에서 지식 불균형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악용한다. 가난한 나라의 가난한 시민은 대개 아는 것이 별로 없어서 재난을 겪는 동안과 그 이후의 모든 시기에 매우 큰 위험에 처한다.
우리는 언제나 왜, 건물이 무너져 사람을 죽게 만들었는지 질문해야 한다. … 건물이 사람을 죽인다는 말은 총이 사람을 죽인다는 말과 같다. 총을 손에 쥔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것이다.
카트리나 이후 언론 보도에서 반사회적 행위에 연루됐다고 지칭된 사람은 거의 대부분 흑인으로 보였다. … 시간이 흐르고 뉴올리언스의 진실이 드러남에 따라, 가장 냉혹한 폭력을 저지른 당사자는 다름 아닌 (3분의 1이 근무지를 지키지 않았던) 뉴올리언스 경찰과 백인 자경단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남부는 노예와 남북전쟁의 역사로부터 이어져 온 인종 문제가 가장 심각한 곳이다. 주 정부 구성원 대부분의 반대에 맞서 학교 통합을 강제로 시행해야 했던 지역이다. 백인 우월주의를 표방하는 큐 클럭스 클랜Ku Klux Klan을 비롯한 다양한 인종주의적 집단이 발생한 곳이기도 하다. 미국 남부의 고집스런 수많은 백인들은 흑인이 사회적으로 평등한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믿지 않으며, 흑인들이 평등을 불법적으로 획득했다고 생각한다.
이는 미국의 치안 정책이 충격적이고도 지속적으로 군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 또 아주 사소한 위법 사항에 대해서도 공권력을 점점 더 많이 행사하면서 경찰 기동대의 임무가 서서히 늘어나는 등, 군사화 경향이 법 집행에 끼치는 악영향에 대해서도 상세히 서술한다.
‘부자가 이기고, 가난한 사람이 진다.’ 불평등이 극심한 세상에서는 자연재해의 결과 또한 불공평할 것임을 확실히 짐작할 수 있다.
재난이 자연적 사건일 뿐 아니라, 경제적・정치적 속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자연이 처음 타격을 가하는 무시무시한 몇 분 또는 몇 시간 동안에는, 재난은 자연적이다. 그 순간은 자연의 탓이다. 그러나 재난 이전과 이후의 상황은 순전히 사회적 현상이다.
맹위
사나운 위세.
선주민
먼저 살던 사람.
강구하다
좋은 대책과 방법을 궁리하여 찾아내거나 좋은 대책을 세우다.
억지로 또는 강제로 요구하다.
음식 사막 Food desert
거주지 근처에서 신선한 식품을 구하기 어렵고 이동 수단이 열악해 즉석식품 위주로 생활할 수밖에 없는 지역을 가리키는 말.
엽총 주택 Shotgun houses
전면은 좁고 옆면이 긴 직사각형 주택으로,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까지 미국 남부에서 유행한 양식이다. 현재는 빈곤의 상징이기도 하다.
제방
홍수를 예방하거나 물을 저장하기 위해 하천이나 호수, 바다 둘레를 돌이나 흙 따위로 높이 쌓아 막은 언덕.
연한
정하여지거나 경과한 햇수.
창조적 파괴 Creative Destruction
기술혁신으로 낡은 것을 파괴·도태시키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변혁을 일으키는 과정으로 경제학자 슘페터가 기술 발달에 경제가 얼마나 잘 적응해 나가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제시한 개념이다. 그는 자본주의의 역동성을 가져오는 가장 큰 요인으로 창조적 혁신을 주창했으며, 특히 경제발전 과정에서 기업가의 창조적 파괴 행위를 강조하였다.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는 100년 전에 나온 용어지만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지는 21세기에 더 들어맞는 논리다.
광풍
갑자기 또는 무섭게 일어나는 기세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참화
비참하고 끔찍한 재난이나 변고.
위해
위험과 재해를 아울러 이르는 말.
항유하다
누리어 가지다.
침소봉대
작은 일을 크게 불리어 떠벌리다.
부당이득
법령을 위반하는 부당한 방법으로 남에게 손해를 주면서 얻는 이익.
칙령
임금이 내린 명령
지대국가 rentier state
불로소득의존 국가
정실 인사
조직 안의 업무 배치를 사사로운 의리나 인정에 끌려 하는 일.
회람하다
글 따위를 여러 사람이 차례로 돌려 보다.
소요
여럿이 떠들썩하게 들고일어남. 또는 그런 술렁거림과 소란.
여러 사람이 모여 폭행이나 협박 또는 파괴 행위를 함으로써 공공질서를 문란하게 함. 또는 그런 행위.
위시하다
여럿 중에서 어떤 대상을 첫자리 또는 대표로 삼다.
조르주 외젠 오스만 계획
오스만의 계획은 노동자 계급을 외면하고 도시 주변으로 소외시킨 채 관광객, 부자, 부르주아지들에게만 의미 있는 지나치게 웅장한 재건 작업이었다는 점에서 상당히 비판받았다.
보전하다
온전하게 보호하여 유지하다.
부족한 부분을 보태어 채우다.
유정
석유의 원유를 퍼내는 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