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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사랑」 히가시노 게이고

태 희 2023. 1. 25.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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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사랑
이 시대 최고의 스토리텔러이자 그 이름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로서 자리매김한 히가시노 게이고. 그는 1985년 데뷔 이래 35년이 넘는 세월 동안 본격 추리소설에서 시작해 감동 판타지, 사회파 미스터리, 서스펜스까지 다채로운 장르를 넘나들며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탄생시켰다. 어떤 장르건 간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언제나 미스터리의 정수를 갖추고 있는데, 이를 보여주는 주제도 다양하다. 이공계 출신 소설가라는 프로필이 돋보이는 과학적·수학적 소재, 스노보드나 스키점프와 같은 스포츠 등 그의 아이디어에는 한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외사랑》은 그런 작가의 작품 세계 속에서 새로운 도전장을 던진다. 치열했던 학창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의 성정체성 고백에서부터 시작하는 이 작품은 우리 삶과 매우 밀접하면서도 심오한 ‘젠더’를 주제로 한다. 이처럼 묵직한 테마를 담아냄과 동시에 살인사건과 그 이면에 숨겨진 진상을 풀어나가는 스토리의 큰 줄기를 통해 미스터리적 재미까지 놓치지 않았다. 《외사랑》은 110만 부 넘는 판매고를 올리며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오고 있고,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큰 화제를 일으키며 인기를 이어나갔다. 소미미디어에서 출간되는 이번 작품의 초판본에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사인과 한국 독자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담아 소장가치를 높였다. 젠더에 대한 심도 있는 메시지를 담은 걸작 장편소설 《외사랑》은 히가시노 게이고 최고의 휴먼 미스터리로 소개되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저자
히가시노 게이고
출판
소미미디어
출판일
2022.09.27

매번 일기장에 손글씨로 쓰다가는 손목이 나갈 것 같아 티스토리에 기록하기로 했다. 10대 이후로 소설 장르는 보지 않는 편인데 전체 소설 발간일순으로 봤을 때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이라고 뜨길래 이 책을 선택했다. 소설장르로는 새해 첫 완독! 앞으로 소설 장르를 읽은 뒤에는 내가 하이라이트 친 부분과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자.

 

 

하지만 진성 반음양 선수들이 남성 호르몬을 만들어내는 것은 그들 자신의 특수한 능력에 불과하다. 그리고 스포츠라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특수한 능력을 지닌 자들의 싸움 아닌가.

진성 반음양이라는 개념 자체를 본 것이 처음이었고 이 문장 자체가 나에게 새로운 관점을 선물했다고 생각한다. 매번 '여자 선수들의 경기에서 트랜스젠더(맥락상 성전환 수술을 받은 남성)는 배제되어야 하나?'하는 주제만 보다가 성염색체는 XX이나 두 종류의 생식기를 모두 가진 반음양 선수에 대한 담론은 이 책에서 생전 처음 본 것이다. 더불어 QB의 생각대로 스포츠는 특수한 능력을 겨루는 것이니 반음양 선수도 본인의 특수한 능력을 선보일 뿐이라는 의견까지.

 

"그렇게 되었을 때 증명되는 것은 여자가 이기면 조금 소란스러워질 뿐이라는 거야. 여자도 남자와 같이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해. 여자가 남자를 이겨도 사건이 아니고 남자가 여자에게 져도 부끄러운 일이 아닌 게 되는 일은 아직 멀지 않았나. 일테면 이 좁은 당구계에서도 말이야."

당구 우승 후보로 나온 여자 선수를 QB가 인터뷰하게 되면서 나온 대사이다. 이후 선수가 "너희도 여자가 남자를 제치고 우승 후보에 올랐다는 것이 기삿거리라 찾아온 것 아니야?"라는 말을 했는데 나조차도 그 예리함에 찔린 기분이었다. 맞지 뭐... 여자가 무언가 해내거나 저지르면 특필되는 것이 사실이다.

 

"결국은 다, 남자는 이렇다, 여자는 이렇다고 마음대로 규정하고 자신과의 차이에 괴로워하는 것 같았어요. 남자가 무엇인지, 여자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은 아무도 가지고 있지 않더라고요."

그 바텐더가 말했는지 반음양 선수가 말했는지 기억이 제대로 나지는 않는다. 이 책에서 성 정체성은 뫼비우스의 띠, 남극과 북극으로 비유된다. 결국 성별의 구분은 사회의 제도에 따른 것일뿐 그 제도의 기준에 따라 본질을 고뇌해봐야 자신이 원하는 답을 얻을 수는 없다는 말이다. 나를 '나'로 받아들이는 연습이 필요하다.

 

다만 그들을 궁지에 몰아넣은 것이 이른바 윤리라 불리는 것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윤리가 반드시 인간의 옳은 길을 드러낸다는 보장은 없다. 대부분은 그다지 대단한 근거도 없는 사회 통념에 불과하다.

최근 다른 책을 읽으면서 자칭 레드필이라는 미국 대형 커뮤니티 인셀들이 남성을 고대 그리스 학자들에 빗대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책에서도 여성을 낮추는 '고전'을 썩어빠진 것으로 비유하는데 그 맥락과 상통하는 부분이라 하이라이트 해봤다. 나는 윤리라는 것에 성별에 대한 구분이 포함되어있음을 왜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을까?